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퀵커머스의 새로운 트랜드, ‘Fill the topbox’


구분
참여후기
카테고리
V세상X요기요
작성자
이은서
작성일
2021-06-11

◆ 초고속 배송의 시대, 퀵커머스의 두 얼굴

배달 시장은 변화를 거듭했습니다. 빠른 배송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는 꾸준히 존재해왔고, 이에 발맞춰 각 기업들은 물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전개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익일배송과 새벽배송 모두 배송의 강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업계의 전략입니다. 그렇다면 최근에 가장 주목받는 배달 트렌드는 무엇일까요? 바로 즉시 배송을 원칙으로 하는 퀵커머스입니다.

퀵커머스란 주문 즉시 배송이 시작되고, 바로 도착하는 형태의 서비스입니다. 즉석밥과 라면 같은 간편식부터 휴지, 세제, 샴푸 등의 생필품까지 모두 퀵커머스를 통해 배송 받을 수 있습니다. 다양한 상품군과 즉시 배송 전략은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그 결과 많은 소비자들이 서비스를 애용하고 있습니다. B마트와 요마트, 쿠팡이츠 등 우리가 익히 아는 서비스들이 모두 퀵커머스입니다. 그러나 ‘소비자의 만족’이라는 업계의 지향점에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있습니다. 바로 배달원의 안전과 생명이 고려되지 않는 다는 점입니다.

 

◆ 도로 위의 위험한 질주

배달 업계는 초기 고객 확보를 위해 최소주문금액과 배달료를 낮게 설정했습니다. 때문에 서비스 초장기에는 소규모 배송이 주를 이뤘습니다. 그러나 일정 시간이 지나자 업계는 최소주문금액과 배달료를 인상했고, 소비자는 최소주문금액 충족과 배송비 절감을 위해 일회 주문량을 대폭 증가시켰습니다. 그 결과 배달원이 오토바이에 대량의 물품을 적재해야 하는 상황이 초래됐습니다.

과도한 적재물은 배달원이 즉각적으로 도로 상황에 대응하는 것을 어렵게 합니다. 적재물의 하중 때문에 균형을 잃을 수도 있으며 운전 공간이 협소해져 자유로운 운행이 불가합니다. 이러한 행태는 배달원의 생명을 위협하는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불안정하게 적재한 물품이 오토바이와 자전거 같은 이동수단을 이탈할 경우, 2차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습니다. 실제 관찰결과 많은 배달원들이 위험상황에 노출돼 있었습니다. B마트의 자전거 라이더는 대량의 물품을 운반하기 위해 자전거의 손잡이에 물품을 담은 봉지를 걸은 채 도로를 주행하고 있었습니다. 오토바이 라이더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배달물품을 적재하는 공간인 탑박스에 짐이 다 들어가지 않아 다리 사이에 수박을 끼운 채로 불안한 운전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 한 권의 책에서 발견한 문제해결의 실마리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넛지의 천재들』에 제시된 ‘범이론적 모델’을 활용하고자 합니다. 범이론적 모델은 인간의 문제행동에 대한 변화를 5단계로 구분한 것으로, ▲계획 전 ▲계획 ▲준비 ▲행동 ▲유지로 구성돼있습니다. 5단계를 살펴보면, 내담자가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계획 전 단계, 문제를 인식하고는 있지만 행동을 실행하지 않는 계획단계, 변화를 위한 노력을 시도하는 준비단계, 변화에 동기화 돼 행동에 몰입하는 행동단계, 그리고 긍정적인 변화를 유지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유지단계가 있습니다.

범이론적 이론을 적용해 ‘배달원의 과도한 적재’ 문제를 분석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계획 전: 배달원의 과도한 적재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다.

·계획: 배달원의 과도한 적재 문제를 인식하고 변화할 필요성을 인지한다.

·준비: 적재량을 줄이기 위해 퀴커머스 일회 주문량을 줄이고자 한다.

·행동: 소규모 주문을 일상화하고 배달원의 안전한 주행을 고려한다.

·유지: 소규모 주문습관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범이론적 모델을 활용하면 퀵커머스 소비자의 행동변화 과정이 현재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를 파악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퀵커머스 배달원의 과도한 적재에 대한 문제의식이 형성돼있지 않음으로 계획 전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캠페인 아이디어는 문제를 인식하고 변화할 필요성을 인지시킬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장바구니는 가라, 탑박스(topbox)로 쇼핑하는 시대

소비자에게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를 위해 저는 ‘Fill the topbox’ 활동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탑박스(topbox)란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이용할 때 짐을 적재할 수 있는 공간을 의미합니다. ‘Fill the topbox’ 활동은 일회 주문 시 배달원이 탑박스에 적재할 수 있는 양의 물품만 구매하자는 운동입니다. 무한한 공간인 장바구니 대신 탑박스를 활용해 소비자가 쇼핑을 하는 것입니다. 대량구매를 지양함으로써 배달원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자원을 줄일 수 있습니다.

‘Fill the topbox’ 활동을 소비자에게 인식시키기 위해 플랫폼의 UX/UI 디자인과 아이콘을 변경해봤습니다. 자연스럽게 배달원의 오토바이 탑박스를 소비자에게 노출시켜 변화의 필요성을 인지시킬 수 있는 것은 물론, 실질적인 행동 변화까지 유도할 수 있습니다.

 

▲ UX/UI 디자인 예시. 자료 제작= 이은서

▲ 아이콘 제작 예시. 자료 제작= 이은서

 

◆ 사소한 인식의 변화가 불러온 파장

온라인 쇼핑에서 흔히 활용되는 장바구니는 물품을 담을 수 있는 한도가 무한한 공간입니다. 장바구니를 오토바이 탑박스로 변경할 경우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작은 상자’를 연상하게 되고, 박스가 수용할 수 있는 용량 내에서 쇼핑을 하게 됩니다. 즉 인식상의 ‘쇼핑 제한 범위’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활동은 결과적으로 소량 주문을 유도해 배달원이 과도한 양의 물품을 오토바이나 자전거에 적재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합니다.

장바구니 대신 오토바이 탑박스를 활용하는 것은 또 다른 장점을 지닙니다. 기존의 쇼핑 환경에서는 철저히 소비자 개인의 구매 욕구만 중시됐습니다. 원하는 대로 담고, 원하는 대로 소비하는 것입니다. ‘Fill the topbox’는 구매 과정에서 배달원을 연상할 수 있는 요소를 등장시켜 소비자가 그들의 업무 환경에 대해 숙고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오토바이 탑박스를 초과하는 양을 주문하면 배달원은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될까’라는 질문을 소비자가 스스로에게 던져볼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자성의 과정은 개인만을 위한 소비에서 타인을 함께 고려하는 소비로 가치의 외연을 확장합니다.

또한 소량구매가 습관화되면 불필요한 소비가 감소해 자원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Fill the topbox’ 배달원의 안전과 생명을 고려하는 것을 넘어 지구 환경에서 유의미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활동인 것입니다.

나와 타인, 그리고 지구를 위한 행동은 사소한 변화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이은서 euntto0123@naver.com

 
  • 맞아요~~요즘 빨리빨리가 너무 빠름을 요구하는 터라...늦어도 괜찮아...느긋한 문화가 조성되면 좋으련만.....정말 쉽지 않죠.

    2024.05.06 황다정
  • 눈 오는 날이나 비가 많이 오는 날에 이런 UI가 모바일 주문 시에 있게 되면, 과도하게 주문하는 것에 대해서 경각심을 갖게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ㅎㅎ

    2024.05.06
  • 저도 배달하시는 분들이 많은 양의 물건을 적재하고 불안하게 다니시는 모습을 많이 본 것 같아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B마트에서는 '한 번에 한 집만 배달'을 한 것처럼 '한 집당 00kg'로 적재 물품 하중을 정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2024.05.06 손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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